안녕하세요. 청양말이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설날 연휴 맞이 몸도 마음도 기름칠 좀 하셨나요? 저도 설날 당일에는 엄청난-이유를 알 수 없는- 의무감에 새벽같이 일어나 떡국에 각종 고명까지 깨알같이 올려 드링킹 하고 집밖으로 나섰더랬지요. 아무튼 모두 즐거운 설연휴 마무리하고 계시기를 바라며, 드디어 대망의 첫번째 장사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오늘의 장물은 작년 겨울부터 많은 분들이 즐겨 들으셨을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앨범에 실려있는 노래입니다. 모두 그러하시겠지만 저 또한 이 앨범에 실린 음악들과 참가자들 전부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낍니다. 사실 무한도전 가요제 앨범이 언제나 그러하듯, 어느 누구 사랑스럽지 않은 음악이며 사람들이 없었더랬죠. 하지만 가요제 방송이 모두 끝나고 음악만 담겨있는 앨범을 계속해서 듣다보니 유독 한 곡이 제 귀에 와서 박히더군요. 바로 세븐티 핑거즈(장기하와 얼굴들&하하)의 슈퍼잡초맨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약장수 포인트 하나.
이번 물건이 음악이니 예의상 음악적인 부분부터 이야기해볼까요. 물론 제가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을 리는 만무하므로 애써 근거 따위 찾으려 하지는 말아주세요. 원래 약장수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쇼, 아니 장사는 계속되어야한다는 명제 뿐. 아무튼 우선, 제가 마음을 빼앗겼던 것은 이 노래에서 일관되게 유지되는 어떠한 밟힘-눌림의 사운드였습니다. 이러한 사운드의 색깔은 노래의 가사 내용이 사운드적으로도 구현됨으로서 완벽한 일체성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것은 보컬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방송에서 장기하가 깔깔거리며 좋아했던 것처럼 하하는 원래 꽤나 밟힌 느낌,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탁하고 쥐어짜는 음색이기 때문에 이미 이 노래의 컨셉에 최적화된 보컬로 보입니다. – 혹은 그에 맞추어서 이 노래를 만든 것이겠지요 – 여기서 어쩌면 문제는 장기하의 보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한 곡이라도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의 음색은 어느쪽인가 하면 매우 청아하며 맑은 공기가 울리는 쪽이죠. 그런 장기하의 보컬에 밟힌 느낌을 덧씌우기 위해 분명 사운드를 왜곡시키는 효과를 넣은 것 같은데 물론 사운드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저는 그게 정말인지 그리고 그 효과의 자세한 이름 등은 전혀 모릅니다. 다만 듣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들린다는 것인데, 그 맛이 가사의 내용과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보컬 자체에 어떠한 공간감을 부여하면서 정말 제대로 밟히는 것 같은 감칠맛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감탄할 뿐이죠.
두번째는 노래 안에서의 기타의 역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어쩌면 밴드 안에서의 양평이형의 지위와 연결된 것이 아닐지, 그분의 기타를 사랑하는 한 떨기 수줍은 팬으로서 감히 말해보고 싶은데요. 본론을 말하자면 이 노래에서 기타는 마치 제 3의 싱어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노래를 잘 들어보면 보컬과 기타가 겹쳐서 동시에 등장하는 부분은 시작할 때의 간주 부분과 기타 솔로로 가기 전 그리고 그 이후의 클라이맥스에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뿐입니다. 이외의 대부분에서는 보컬과 기타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차례로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하는 방식을 반복하죠. 그렇게 두 명의 보컬, 그리고 기타가 한 명씩 번갈아 가며 노래를 끌고 가다가 클라이맥스 이전에 결국 제 3의 보컬인 기타에게 솔로 부분을 내줍니다. 이전까지 감질나게 즐겼던 양평이형의 화려한 기타 연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마련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앞에서 말한 밟힌 느낌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기타에 이펙터를 걸어 소리를 적절히 왜곡시킨 것 또한 노래 전체는 물론 양평이형의 폭풍 연주를 빛나게 하는 중요한 장치이지요.
마지막으로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건반의 다른 사용,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극히 올바른 사용방법이라 생각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노래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건반 연주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도 건반 치는 분이 손목이 나갈 정도로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들어보면 과연 그러할만 하다 싶게 쉼없는 속주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저의 감동 포인트는 건반의 속주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이 건반 악기의 타악기적인 성격을 살린 타법-이런 걸 스타카토라고 하나요?-이었음과 동시에 고음을 선택한 연주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피아노는 당연히도 화성악기이지만 동시에 건반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타악기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의 짧은 소견인데요, 이러한 타악기로서의 숨겨진 매력을 충분히 드러내며 본디의 타악기-리듬 요소를 주도하는 드럼과 함께 그 리듬을 함께 이끌어 나가면서도 고음의 화성을 연주하게 함으로써 드럼과 기타가 가지는 저음의 화성적인 성격과 대조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고음과 속주가 가지는 특유의 긴장감을 훌륭하게 구현하다니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렇게 노래를 끌고 가던 고음의 타악기적인 속주는 노래의 클라이막스 해소라고 볼 수 있는 “열 받게 하지 말라고”의 부분 이후에 신디사이저의 음색으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속주의 성격은 계속 유지하지만 고음의 타악기적인 성격은 사라진 채로, 두 명의 보컬과 기타 그리고 다른 악기들과 하나로 어울려져서 해소라면 해소의 상태, 혹은 극치점을 지난 하이의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신디사이저가 가진 음색은 이러한 분위기에 꼭 맞는 선택이기에 노래가 끝을 맺는 순간까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임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건반을 우리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약장수 포인트 둘.
제가 원래 이 노래에 가슴 떨려 했던 것은 사실 이제부터 이야기를 풀어놓을 두번째 포인트 때문이었는데, 약장수 모드에 과하게 심취한 나머지 앞부분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미 지루해하실 분들도 계실테니 두번째는 포인트는 간단하게 끝내겠습니다. 물론 약장수의 입심이 떨어져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무튼 두번째는 이 노래 자체가 가진 컨셉 자체, 바로 슈퍼 잡초맨이라는 센스 넘치는 호명입니다. 노래의 가사를 주의깊게 들어보셨나요? 보컬들이 주구장창 외치는 것은 다른 것 없이 바로 자신을 좀더 힘차게, 가열차게 밟아달라는 말입니다. 나를 밟아달라니요. 때려 주고, 아니 아예 확 후려치고 깔고 앉아달라니요. 이 무슨 떨리는 고백인가요. 아닙니다. 제가 그쪽이라서 그렇게 들리는 게 아니에요.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런 남성적인 노래에서 남성 화자가 자기 좀 밟아달라고, 밟아달라고 너무도 간절하게 시일야방성대곡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방송에도 나왔듯이 이것은 하하의 캐릭터가 가진 마초적인 성격, 그리고 그에 근거한 불굴의 파이팅 정신, 그리고 그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락이라는 장르와 무대 연출 등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물론 락이라는 음악 장르의 특성을 떠올려보면 이 노래처럼 빠른 템포에 격렬한 연주, 말 그대로 전력 달리기 모드로 연주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를 극으로 몰아가는 곡의 구성 자체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노래가 빛을 발하는 것은 역시 그러한 남성적인 장르-연출과 간절히 자신을 밟아달라는 언어, 이 대조적인 두 요소가 묘하게 서로를 극대화하면서 네가 나고 내가 너인지 구분할 수 없는 너무도 매력적인 캐릭터- 이것은 말로만 듣던 뉴맨(new man)이 아닌가!-를 만들어내는 지점입니다.
여기서 저는 이러한 남성성을 부각시키는 장치가, 사실은 자신의 남성성을 부정함으로써 애원하는 화자의 태도를 위장하는 전략이라고도 제맘대로 이야기하고 싶네요. 이 흥미로운 전략은 어쩌다보니 바로 직전에 배치되어 연주/수록 된 ‘오빠라고 불러다오’의 화자와 묘하게 비교되면서 그 매력을 더욱 발산합니다. 이를테면 ‘오빠라고 불러다오’의 남성 화자는 매력적인 남성성을 가지지 못했음을 부각시키며 애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남성성의 어리광, 그리고 그 권위 유지에의 강한 의지 발현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오빠’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줄기차게 애원합니다. 하지만 슈퍼잡초맨의 남성 화자는 이른바 자신의 남성성을 모두 내려놓고 오히려 그것을 부정해달라는 간곡한 애원을 통해서 역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복원시키는 절묘한 전략을 취함으로써 그렇게 재취득된 남성성이 이전의 그것과는 다른 무엇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센스와 유머 넘치는 노래를 만든 장기하와 얼굴들은 문학 시간에 수업 좀 열심히 들은, 대조며 모순이며 저는 이미 잊은 지 오래인 각종 문학적 장치를 제대로 좀 배운 엉아들이 아닐까 싶어지는 거죠.
일단 한번 들어보세요
뭐 약 한번 팔아보겠다고 주절주절 떠들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약을 '직접 체험' 해보시는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약장수 말이 진짜 맞는지, 아니면 똥을 약으로 팔아 한 몫 챙겨보자는 사기였는지는 직접 써보셔야 압니다. 그래서 아래에 여러분이 직접 노래를 들어보실 수 있는 링크 걸어두고 저는 그만 물러갑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마디만 자신있게 덧붙이고 사라지겠습니다. 이 노래는 말입니다. 방송에서 공연을 보고 앨범으로 무수히 돌려듣고, 장사 좀 해보겠다고 또 주구장창 돌려 들었는데도 질리지가 않더구만요. 다음에는 더 좋은 물건을 들고 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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