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청양말입니다. 3월의 중반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지금, 조금씩 봄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 같은가요? 어느덧 새해도 1/4을 넘기게 되겠구나 싶어 금새 마음이 조급해지려 하지만 그래도 봄은 좋은 것이지요. 꽃 피고 새 울고 따뜻한 봄. 저는 참말 좋아합니다. 그렇게 살랑한 바람 부는 봄을 생각하니 어쩐지 봄만큼 화사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군요. 누구냐구요? 위의 제목을 써놓기만 해도 왠지 입꼬리에 웃음이 번지는 그, 바로 도매니저입니다. 그렇습니다. 저 또한 도매니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꼬박꼬박 매주 별에서 온 그대를 시청한 일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장사라기보다는 이제 다음주가 되어도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쓸쓸이 여기고 계실 분들과 그 마음을 좀 나눠볼까 합니다. 일단 그를 향한 간절한 외침으로 시작해볼까요? 돌아와요, 도매니저!
약장수 포인트 하나
처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던 것은 사실 도매니저보다는 알흠다운 그녀, 바로 전여사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여사는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제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사인용 식탁이라는 영화를 통해서였지요. 물론 그 이전에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미 온 세상이 인정하였으며 저 또한 그녀를 모를 수가 없었더랬죠. 하지만 단순한 인지가 호감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 영화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 다시 이전의 이미지로 돌아가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적어도 저에게 만큼은 그녀에 대한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호감을 가질 수 있게 했던 소중한 영화였지요. 아무튼 전여사는 이후에 다시 이전의 이미지로, 그리고 어쩐지 활동이 점점 뜸해졌으며, 그녀의 몸만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광고에서만 가끔 얼굴을 보는 정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영화를 통해 등장했지요. 무언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뭔가 이전의 아름다움과는 조금 다르다고 해야할까, 아니 오히려 제 눈에는 이전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이더란 말입니다. 왜일까요. 저는 조심스럽게, 그녀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 나이는 다양한 시도와 선택을 할 베짱과 예쁘게 보이는 것에만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여유 혹은 자신감을 가지게 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젊음이 가장 우월한 가치 중의 하나인 한국 사회 그리고 연예계에서 이른바 ‘다양한 시도와 선택’은 해가 지남에 따라 자연히 주변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모든 여배우들의 생존 전략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일면 슬프게도) 그것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전사마가 그러한 전략을 훌륭히 구사하는 것이 너무도 반갑네요. 실제로 제 눈에는 드라마 초반, 정말 물 만났구나 라고 느껴질 정도로 전사마가 신나서 연기하는 듯이 보였더랍니다. 물론 그것이 가장 처음 그녀에게 인기를 가져다준 캐릭터의 연장선상이라 한다면 그야말로 그것이 농익었다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전사마의 신나는 연기를 보고 박장대소하며 한 회 한 회 지나다보니, 그 옆에 서있는 멀끔한 남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물론 그 또한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놓는 인기의 소유자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면 오히려 관심이 식는 저의 모난 성격 탓에 저는 사실 그가 나왔던 작품을 하나도 본 적이 없었더랍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연기도 곧잘 하고, 목소리도 좋은데다가, 역시나 참으로 아름답더군요. 그렇게 살포시 가랑비에 옷 젖듯... 저는 도매니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약장수 포인트 둘
물론 도매니저에 대한 애정은 그 자체가 극히 아름다운-배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 중 캐릭터와 이야기의 전개가 큰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사실이죠. 별에서 온 그대는 뭐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메디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몇몇의 악역과 주인공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하게 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도매니저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사랑을 주저하고 삶을 주저하는 상황이 그냥 허무맹랑한 설정만으로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가 무수히 긴 시간동안 택해온 삶의 방식은 설사 정말로 외계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 사회 안에서 외계인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했을 많은 이들이 겪어온,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을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지요. 이래저래 주저하며 끙끙 앓는 도매니저를 보고 있자니 과연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고 함께할 자격이라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은연 중에 우리는 그 자격을 이미 상정하고 있지요. 그래서 누군가 자격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다면 이를 부도덕, 이기적인 욕심, 사회적 병리 뭐 이런 구차한 변명을 붙여가며 비난과 처벌을 행하려 하는 것이겠지요. 이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동일해서, 사실은 자신이 만들어낸 굴레에 지나지 않는 그 자격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동안 어떻게든 또다른 안전한 관계의 자격 안으로 이동하려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더. 어쩐지 제 마음이 흔들렸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진하는 도매니저의 마음과 이에 수반되는 포기의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낭만적 사랑의 서사를 구성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사랑을 얻기 위한 포기, 특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 쯤이야 내놓을 수 있어야 이를 얻을 수 있다, 뭐 그런. 그런데 말입니다. 이 뻔한 명제가 어쩐지 가슴을 후비고 들어오는 것은 그냥 저의 개인적인 기분과 상황 탓인 걸까요.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관계에서 자신의 소중한 것, 아니 소중한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사소한 무엇인가라도 포기하고 버리고 내어줄 것을 기꺼이 선택하는 상황이 어쩐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인상입니다. 사실 누군가의 관계란, 아니 어쩌면 세상만사 모든 일이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내어주는 것이 있으면 들어오는 것도 있고 뭐 그렇게 주고 받으며 돌아가는 것일지인데, 어쩐지 시간이 지날 수록 저를 포함한 사람들이 자신의 품에서 무엇을 건낼 생각은 않고 누군가의 품에서 무엇을 빼앗아 오려고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아니 어찌보면 타인의 것을 빼앗지 않고서는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없는 더 지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 정말로 누군가의 것을 빼앗지 않고서 우리는 살아남지 못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은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또 이야기가 샛길로 새어버리고 말지만, 도매니저의 포기를 보면서 저는 어쩐지 뒤늦게 최근에 본 설국열차를 떠올렸습니다. 그 영화에 대해서는 개봉 당시에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 같지만 저의 경우는 영화가 끝나고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딱 하나, 과연 타인을 착취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라는 물음이었지요. 주인공이 모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한 아이의 삶을 착취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모두의 죽음을 선택했던 장면이 가장 선명하게 남았던 탓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최근에 회사 안에서 자신이 부서 이동으로 일자리를 연명하는 대신에 이전에 그 일을 맡았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되는 상황에 직면하여 고민하는 친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어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라고 말리는 저 또한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머리속에는 질문이 맴돕니다. 과연 죽어도 되고 착취 되어도 되는 삶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단지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 만으로 친구의 삶을 우선했던 것은 과연 옳았을까요. 모두가 가지기만 하고 모두가 살아남으려고만 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잃기만 하고 모두가 죽어가기만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다르게 살아낼 수 있을까요. 내내 머리가 아픕니다.
일단 한번 보세요
오늘은 어쩐지 실없는 말을 늘어놓는 것이 이전처럼 흥이 나지 않아 짤막하게 마무리하려 했는데 또 중언부언 떠들고 말았네요. 약장수의 신변잡기와 맞물려 어째 이야기가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하여 죄송하지만, 이 드라마를 권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여러 설정과 세부 디테일들 거슬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도저히 못 보겠다! 하실 수도 있지만, 그냥 로맨틱 코메디! 그래 그냥 설정에 넘어가준다! 이리 퉁치고 보시면 나름 깨알 재미로 깔깔거리실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게다가 우리 전사마와 도매니저가 나오는 드라마 아닙니까?! 아무튼 오늘 장사는 드라마에 나왔던 노래 한 곡조 덧붙이며 접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 도매니저가 부른 노래를 고를까 하였는데,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고(뭐가?;;;) 역시 발라드는 성발라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그의 노래를 골랐습니다. 그러고보니 정말 성발라는 죽지 않았더군요. 어쩜 목소리가 저렇답니까. 아무튼 저는 이만 장사를 접고...뒤늦게 도매니저의 전작들을 섭렵하러 떠납니다.(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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