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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마, 영웅본생

<잊지마, 영웅본생> 저도 시작!

내가 쓰는 글이 곧 나-

 
이렇게 생각하니 글 한 줄 쓰는 게 한없이 어려워, 빈 페이지만 덩그러하게 띄워놓은 채로 밥 먹고 드라마 보고 핸드폰 두드리며 세 시간 네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는 거다.


내 글이 나라서 느끼는 불편함은 또 있다.

10년 전까지는 그래도 일기장 한 권만 잘 챙기면 나를 모아모아 돌아보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미니홈피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에 한 손으론 다 못 세는 이메일 계정들까지, 인터넷 미디어가 폭발한 만큼 나도 같이 폭발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느낌이다. 내 글이 내 손을 떠나 내가 관리할 수 없는 곳에 남겨지는 게 불안한 나는, 백프로 그래서만이라면 웃기지만 그래도 그런 이유가 크게 작용해 편지도 웬만하면 안 쓰고 싶고 낙서도 버리는 메모지 말고 꼭 다이어리 한 귀퉁에다만 끄적이고 싶은 거다. 

하기야 그렇지. 시간 들이고 신경써서 손품 좀 팔면 내가 쓴 글들을 전부 복사해 와 한 곳에 모아두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그치만 1차적으로 쓴 것만이 아니라 누군가가 남겨준 글에 대한 덧글 같은 거까지도 다 내 중요한 조각이라고 생각하니, 심지어 그 수 년 분을 이미 놓치고 난 지금에 와서 그런 엄두를 내기란 영 쉽지 않더라.

그런 와중에 감당 안되게도 이렇게 또 하나 글 공간을 늘린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 마감시간을 우리끼리 정해놓고 지키며, 글쓰기에 대해 최소한의 압박과 책임감은 느끼면서도 두려움은 줄여 나가자는 앞뒤 안 맞는 목적을 가지고 나를 또 한 번 조각 내겠다는 시도다. 잘못하면 일기장, 잘해봐야 교환일기 정도로 끝날 수도 있지만, 진짜 운 좋으면 직업의식에 새 불을 붙여 줄지도 모르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제 여기다 일관성 없는 얘기들을 해 나갈텐데, 내용이 뭐가 됐든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는다면 그 사람은 이제 나를 알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내 얼굴에 책임을 지도록 노력 할거다.



+,

이런 상황과 관련해서, 요즘 개인적으로 바라 마지않는 온라인 서비스가 하나 있다. 바로 내가 등록한 컴퓨터랑 스마트 기기에서 작성한 모든 글이 자동적으로 하나의 공간에 업로드되는 기능이다. 심지어 그 글들이 싸그리 모여 일주일이나 한 달, 뭐 매일 밤도 좋고 말이야, 여하간 정기적으로 본인 앞으로 되보내지는 거다. 내가 흘리고 다닌 내 흔적들을 통합된 상태로 제 3자에게서 받아 본다면 자기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 봤던 건 실은 일베다 악성 덧글이다로 시끄러운 인터넷 공간을 좀 어떻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텔레비전에서 한 심리학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무심결에 본 거라 학자 이름도 이론 이름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나니 대충 거울효과라고 해야겠다. 뭐냐면, 무작정 집으로 찾아와 물건 홍보를 해 대는 방문판매원을 빨리 돌려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현관에 전신거울을 걸어두는 게 효과적이라는 거였다. 남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행위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그런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행동을 그만두게 되는 심리가 있다는 거다.

인신공격적인 악플을 자기와 상관없는 어딘가에 그냥 싸질러 놓는 것과 그것들이 모여모여서 자신의 공간으로 되돌아와 ‘이게 너다’ 하고 눈 앞에 들이밀어지는 것에는 그래도 차이가 있지 않겠나. 물론 그런 자신인 것이 더 할 수 없이 즐겁고 자랑스러운 치들에게는 해당 사항 없겠지만, 적어도 적발된 후 피해자 앞에 끌려가 딱 한 번만 선처 부탁드린다고 조아릴만한 애들한테는 조금이나마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그냥한 번 생각해봤다.

 


++,

 내가 쓴 것만이 내가 아니라 내가 먹은 것도 또한 나일테니, 내 몸의 8할은 아마도 빵으로 돼 있을 거라 매 글의 끝을 빵으로 맺을까 한다.


 


-해서, 오늘의 빵은 코엔지 북쪽 쥰죠도오리 (순정상점가) 끝에 위치한 덴마크 베이커리의 쥰죠 롤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