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마, 영웅본생

잊지마, 영웅본생: 믿고 보는 디스패치라니 오호 통재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2. 15. 23:53

젠가부터 대한민국 대형 연예 스캔들의 중심에 디스패치가 있다. 20131 1일의 김태희-비 열애 특종, 2014 1 1일의 이승기-윤아 열애 특종…. 새해 벽두에 거물급 스타의 열애설 터뜨리는 걸 자기네 회사 자부심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되면 앞으로의 1 1일에는 또 누가 그 타깃이 될까 궁금한 동시에 늦가을 즈음부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연예인들이 안됐다 싶기도 하다.

그런 디스패치가 활동을 시작한 게 2011, 내 기억으로 처음 이 인터넷 신문의 이름을 들은 건 서태지-이지아 관련 보도 때인데, 그 때만 해도 보도 내용에서 받은 충격이 충격이라 그걸 터뜨린 언론사의 취재 방식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누군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 어느 톱스타의 스캔들 기사를 보고 심히 황당해 하며 디스패치라는 이름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됐었다. 내가 어이 없었던 건 그 기사의 문체. 사진은 누가 봐도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몰래 찍은 전형적인 파파라치의 그것인데 그 아래에 게재된 글의 어투와 내용은 이랬어요~ 저랬어요~ 두 분 예쁜 만남 응원할게요~ 축하드려요~” 식인 거다. 기사만 보면 무슨 그 연예인 소속사가 직접 뿌린 보도자료거나 우리 연예인 스캔들 기사 좀 써 달라고 돈 주고 부탁이라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당한 연예인이나 소속사 입장에서는 이만큼 재수없고 약오르는 경우도 없을 것이었다. 연예 기획사와 언론사 간의 모종의 뒷거래 운운을 배제하고 생각해보면, 숨기려던 연애를 강제로 아우팅시킨 치들이 누구 마음대로 이들의 연애를 예뻐하고 애틋해하고 응원한다는 건가 싶으면서, 그 부드러운 세치 혀로 자기들의 암적인 부분을 감추고 정당화하고 미화했다는 점이 괘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Dispatch=김수지·김효은기자] 2014년 새해 첫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한류스타' 이승기와 '소녀시대' 윤아가 그 주인공입니다. 두 사람은 4개월째 열애중인데요. 데이트도 모범생이었습니다. 시간, 장소, 패턴이 늘 일정했죠. 짧은 만남이었지만, 참 애틋했습니다.

Who : 이승기와 윤아. 일명 '신데렐라 커플'입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07 8월로 올라갑니다. 이승기는 정규 3 '착한 거짓말', 윤아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로 활동했었죠. 이후 가요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반복적으로 만나며 호감을 키웠습니다.

When : 해외를 오가는 글로벌 스타는 달랐습니다. 몸이 10개라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언제 만났냐고요? 스케줄을 쪼갰습니다. 1~2시간 짜리 알뜰 데이트였죠. 게다가 윤아의 통금시간도 엄수했는데요. 윤아는 절대 새벽 1시를 넘기지 않더군요. 그래서 '디스패치'가 붙인 별명이 '신데렐라' 데이트입니다.

Where : 데이트 장소는 100% 차 안입니다. 매번 이승기가 자신의 차인 레인지로버를 몰고 움직였습니다. 가장 애용하는 장소는 아파트 옆 골목길입니다. 간혹 한강이나 남산으로 드라이브를 갔지만, 역시나 차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What : 만나서 무엇을 했을까요. 커피 한 잔 마신 적 없습니다. 그저 차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였습니다. , 상반된 데이트 패션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승기의 편안한 주민룩, 윤아의 철저한 보안룩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Why : 이승기, '디스패치도 포기한 연예인'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 다닙니다. 물론 그래서 취재를 한 건 아닙니다. 단 한 번도 스캔들이 없었던 이승기, 그리고 그 상대는 '소녀시대'의 센터 윤아입니다. 이승기와 윤아의 만남, 어떻게 모른척 넘어갈까요.

How : 모범생 데이트, 바른생활 데이트, 무공해 데이트, 신데렐라 데이트. 이승기와 윤아의 데이트가 그랬습니다. 요즘도 이런 커플 또 있을까요. 세상에, 통금시간이라니. 윤아를 배려하는 승기의 매너, 그리고 자제와 절제도 돋보였습니다.

 <사진=이승훈·송효진·서이준기자>

(출처: http://www.dispatch.co.kr/r.dp?idx=25613&category=5&subcategory=14 )



그래도 또 얼마간은 그런 연예 기사의 보도행태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이 이어졌으니, 씁쓸하긴 하지만 그저 우리나라에도 영국이나 미국식 파파라치형 보도가 도입됐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작년 언젠가부터 인터넷의 연예 기사에 사람들이 다는 덧글을 보며 다시 한 번 디스패치식 방법의 묘한 영향력에 놀라고 있다. <뉴스는 팩트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파파라치형 취재로 실천하는 디스패치의 방향성에 잘한다 잘한다 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게 눈에 보이는 거다. 증거 사진을 박은 디스패치의 기사 아래에는 역시 디스패치” “믿고 보는 디스패치” “일 잘하는 디스패치라는 칭찬이, 그 외의 언론사 기사에는 디스패치 좀 보고 배우라는 질타 또는 디스패치가 움직이기 전에는 못 믿는다는 불신감 가득한 덧글이 줄을 잇는 것을 벌써 여러 번 봤다. 증권가 찌라시를 바탕으로 한 이니셜 기사들로 인해 엄한 추측과 그에 따른 피해자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빼도 박도 못할 증거에 목말라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확증이 필요한 사안과 사생활 침해 사이의 구분을 뒤로 한 채 무조건 증거를 가져오는 언론이 좋은 언론, 따라서 디스패치는 좋은 언론이라는 등식이 어물쩡 성립되어 버린 것 같아 걱정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디스패치라는 글자만 보면 그림자거머리같은 이미지가 자동으로 떠 올랐었는데,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사만 봐 왔을 뿐 그 회사에 대해 검색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는 게 새삼 반성돼 처음으로 디스패치의 홈페이지에 가 봤다. 그리고 회사 소개 카테고리에 있는 CI와 슬로건, 디스패치 피플, 회사 블로그에 있는 언론보도 모음 몇 가지를 통해 이 신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먼저 회사의 철학과 방침을 담은 디스패치 스토리와 CI 및 슬로건.
(출처: http://www.dispatch.co.kr/company/story.asp )




팩트 추구’ ‘탐사보도’ ‘진일보된 뉴스


. 디스패치는 이런 것들을 목표로 삼았었구먼. 그 상위에 국민의 알 권리라는 마법의 단어가 떠받들려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연예인들의 비밀 연애 현장을 잡기 위한 밤샘과 잠복은 어디까지나 합목적적인 활동에 불과한 것인 거다. 뭐 이런 글이야 회사 대문에 거는 것이니 만큼 얼마든지 좋은 표현들 써가며 보기좋게 포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연예인에 대한 경쟁적인 밀착취재를 실제로는 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식으로 애써 포장한 게 아니라 본인들 활동의 가치를 실제로 뿌리깊게 신뢰하고 있는 듯하다. 디스패치의 이명구 대표가 스포츠서울닷컴 뉴스 부장으로 있던 시절의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그런 부분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밀착취재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기자라면 누구나 간절히 원할 수밖에 없는 특종에 대한 욕망 때문일 것이다. 연예부기자도 기자냐?’ 비아냥을 이겨낼 있는 역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톱스타 열애 보도의 짜릿한 성취감에 기인할 있다. 물론 사생활 보호에서부터 한국 연예시장의 특수성에 이르기까지 열애설 밀착취재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거대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까지 성장한 연예계와 세계를 움직이는 톱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감시, 견제하는 연예매체의 숙명은 이제 받아들여할 때가 아닐까.”

(2010-03-10 <목숨걸고 나서는 연예스타 취재> 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489 )


연예산업이나 미디어 상황이 요즘 같으니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 이하의 발언을 보면 대체 누가 누구 때문에 고생을 하는지, 누구 탓에 위험한 사고까지 일어날 뻔 했는지의 책임 소재가 어이없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장대응력이 부족했던 H양과 K군의 열애현장 포착 당시엔 사진기자와 K군이 돌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L양과 J군의 승용차 데이트 장면을 담을 J군이 갑자기 급가속으로 차를 몰고 빠져 나가는 바람에 아찔한 사고 위기를 넘긴 적도 있었다. 종군기자도 아니건만 스타들의 열애현장 취재에서는 다소 과장하자면 목숨을 걸어야 경우까지 생기곤 했다.
톱스타들 상당수가 운전이  매우 거칠어서 취재에 애를 먹곤 한다. 유명가수 I양을 취재할 내리는 올림픽도로를 고급 외제승용차로 고속질주 하는 바람에 고물 국산차로 뒤쫓다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다. 다른 톱가수 L양의 경우 고급호텔 수영장에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거금(?) 주고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을 겁도 없이 얻은 적도 있었다."

 

스토커같이 따라 붙는 자기들 때문에 H K L J군이야말로 목숨을 담보로 연애를 해야했던 상황에서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찍은 사진 밑에 또 다시 예쁜 사랑타령을 하는 거다. 정말 고약한 취미다.

 

다음은 디스패치 피플.

 


멤버의 대부분이 스포츠서울닷컴 기자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디스패치 단독-특종 기사 리스트에는 일부 스포츠서울 특종이 섞여있다. 디스패치 법인설립일이 2010 12 29일인데 2009 8 5일에 스포츠서울에서 터뜨린 송혜교-현빈 열애설이 디스패치 특종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식인 거다.  (http://www.dispatch.co.kr/company/exclusive.asp)

2013 1 1일에 디스패치가 김태희-비 열애설을 보도한 후 1 3일에 스포츠서울닷컴에서 오연서-이장우 비밀데이트 단독 기사가 나왔다. 올해도 디스패치의 이승기-윤아 열애설에 이틀 뒤쳐져 스포츠서울닷컴으로부터 수영-정경호 열애설이 터졌다. 승패 관계가 쉽게 파악되는 경쟁구도다. 파파라치 취재의 귀재들이 한꺼번에 대거 빠져나와 새 미디어를 만든 걸 보면 2010년에 스포츠서울닷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한 것이, 아마도 꽤 민감할 그런 관계에서 단독 특종의 소유권을 저런 식으로 애매히 하다니, 업계 관행일지도 몰라 함부로 말하기 그렇지만 바깥에서 보기에 조금 의아하다.

 

그건 둘째치고, 실은 이 멤버 소개란을 보고 다른 면에서 상당히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발랄함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럴 줄 전혀 몰랐어서 살짝 소름까지 돋았다. 디스패치의 이런 의외성이 그라치아와의 인터뷰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연이은 특종으로 화제의 중심에 <디스패치> 사무실을 찾았다. 놀랍게도 취재기자는 모두 여자였다.

'조인성-김민희' 열애설이 터지면서 이목을 집중시킨 매체가 있다. 취재를 갔던 당일에도 <디스패치>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녹화에 참여해 그간의 특종 기사를 소개하고 편집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리고 녹화에 대한 기사가 또다시 검색창에 떴다. '디스패치, 그들은 누구?' <디스패치> 사무실을 찾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그들의 이미지는 '영등포 경찰서 수사2'. 재벌가의 후계자가 극비리에 움직여도 잡아내는 그들인데 정도는 이미 털어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조금 있으면 발가벗겨질 누드 크로키 모델의 심정으로 찾아간 <디스패치> 사무실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일단 화기애애했다. 게다가 <디스패치> 주력인 취재기자가 전부 여성이었다. 이명구 대표와 데스킹(취재기자들의 원고를 본지의 편집 방향에 맞게 수정하고 검토하는 역할) 보는 임근호 뉴스 팀장을 제외하면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만들어내는 인력이 전부 여성이다. 그녀들은 언제라도 있게 운동화를 신고 있지도 않았고 잠복근무와 잠입 취재에 법한 랜턴이나 스패너, 해머 등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방송을 끝내고 돌아온 선임 기자들의 화장품 냄새와 커피메이커의 구수한 향이 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내일이면 칸으로 취재 휴가를 떠난다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영등포 경찰서 수사2' 모습은 찾아볼 없었다

(2013-05-20, 그라치아 <디스패치의 그녀들> http://www.grazia.co.kr/article/grazia_view.php?cd=0501&seq=503 
 디스패치 사무실 내 사진도 상기 링크 참조)

 

내가 느낀 게 딱 이런 거였다. 디스패치라는 말에서 멋대로 떠올린 이미지가 미안할 정도로 여기는 내 생각과 달랐다. 그리고 동시에 디스패치가 더욱 두려워졌다. ‘해요체의 가볍고 친근한 기사 어투는 지면상에서만 보여지는 가식이 아니었고, 파파라치의 긍정적인 측면을 증명하겠다는 그들의 도전에는 정말로 진정성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디스패치의 방법을 찬양하는 독자의 획득은 알량한 프로파간다의 성공이 아니라 디스패치인들의 그 진심이 통한 결과인 것이고, 본인들이 행하고 있는 활동이 국민의 알 권리라는 가치의 진정한 실천이라는 그들의 신념은 조금씩이나마 검증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오바인가? 그러면 좋겠다. 디스패치나 파파라치식 취재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아직도 높으니까. 하지만 저널리즘이든 뭐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들이 한 사회에 흡수되고 정착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우리는 알고 있잖나. 내 언론 윤리관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연예인들이 우리가 주는 인기를 먹고 산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의 모든 걸 알 권리는 없다고 믿으며 알 권리를 그런 알 권리로 파악하는 디스패치의 횡포와 그 오그라드는 표현력에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오늘의 빵: 시모키타자와 명물, 안젤리카의 카레빵♥